닥터 제이의 특별한 일상

우리집 - 주요한

   

우리 집 동편 담 밑에는 돌창를 파고

서편 담은 곁집 담벼락으로 대신하였소.

그 담에 붙어 있는 닭이 홰를 가리운 듯이

비스듬히 뻗어난 살구나무, 첫여름에

막대기로 떨구는 선살구의 신맛이

나의 좋아하는 것의 하나이었소.

 

가지를 꺾어다 꽂았던 포플러가

곧은 줄로 자라나서 네 해에는 제법,

높이 부는 겨울 바람에 노래를 칩니다.

나 많으시고 무서운 할아버님 안 계신 틈에

지붕에 오르기와 매흙깐 마당 파기도

나의 좋아하는 것의 하나이었소.

 

봄에는 호미 들고 메 캐러 들에 가며

가을엔 맵다란 김장무 날로 먹는 맛도

나의 좋아하는 것의 하나이었소.

해마다 추석이면 으레히 햇기장쌀에

밀길구미 길구어 노티를 지지더니

늙으신 할머님 지금은 누구를 위하여…….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작가 : 주요한(朱耀翰, 1900∼1979)

운율 : 내재율

어조 : 회상적인 어조

성격 : 회고적, 향토적

제재 : 고향 집

주제 : 사라져 가는 고향의 정겨운 모습에 대한 아쉬움

출전 : [아름다운 새벽](1924)

 

 

이해와 감상

어린 시절의 정겨운 추억을 회상하며 급격한 근대화로 인해 지금은 사라진 우리의 것들에 대한 향수와 아쉬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주요한은 근대 문학 초기에 자유시 운동에 앞장을 섰으나, 그 정서의 밑바탕에는 전통에 대한 소중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 작품에도 그러한 정서가 짙게 배어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시는 서구화의 물결이 밀려오던 시기에 새로운 것에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명했던 최남선 등의 시와는 다른 면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시에서 사라져 버린 고향의 정겨운 풍경들에 대한 향수와 아쉬움이 현실에 대한 부정과 반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의 화자가 사라진 것들에 대해 보여 주는 잔잔한 애정 속에는 오히려 변화하는 현실을 긍정하고 새로운 변화에 부응하려는 태도가 담겨 있다.

 

 

형식적인 면에서 이 시는 전통적인 율격을 따르지 않고 자유시를 지향하고 있으나 정형적인 틀을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하였다.

 

전체적으로 눈에 띄는 정형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한 행이 대체로 4음보로 읽혀진다. 4음보의 율격은 우리의 시가(詩歌)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리듬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 시의 율격은 전통적이고 민중적인 시를 짓고자하는 시인의 의도적인 소산인 동시에 근대시로의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구시대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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