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
산골짜기 돌 틈으로.
샘물이 혼자서
웃으며 간다.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하늘은 맑은데
즐거운 그 소리
산과 들에 울리운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동시적. 서정적. 감각적(청각. 시각)
표현 : 도치법. 반복법. 균형미와 안정감의 확보
구성 :
1연 춤추며 흐르는 샘물
2연 웃으며 흐르는 샘물
3연 온누리에 울려 퍼지는 샘물
제재 : 샘물
주제 : 샘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산과 들
출전 : <학우>(1919)
이 시는 3․1 운동이 일어나기 두 달 전, <불놀이>를 발표하기 한 달 전인 1919년 1월, 일본 교토(京都) 유학생회 기관지인 <학우>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 시는 원래 “에튜우드”라는 큰 제목 아래의 다섯 작품 중의 한 작품으로 발표되었다가, 후에 시집 <아름다운 새벽>을 간행하면서 “샘물이 혼자서”라는 제목이 붙게 되었다.
‘에튜우드’란 학습(etude)의 뜻을 지니는 불어로서, 이러한 제목을 붙인 것을 보면, 습작의 의도로 시를 쓴다는 그의 겸손한 시작(詩作) 태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비록 습작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주요한은 이 ‘에튜우드’를 통해서 자유시의 차원을 새로이 개척하여 보여 주었고, 이로 말미암아 한국의 근대시는 그 가능성을 부여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춤추며’, ‘웃으며’, ‘산골짜기 돌 틈으로’, ‘험한 산길 꽃 사이로’ 밝고 광활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샘물의 행로는, 이 시가 화자와 시적 공간 모두 점차 확대되어 가는 ‘열림의 시’임을 알게 해 준다. 이것은 암울한 시대일수록 희망찬 내일을 예시해야 하는 시인의 초인적(超人的)․예언자적 역할을 의미하는 한편, 우리 민족이 지향해야 할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으로 새 삶을 열려는 시인의 소망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 시는 명랑하고 건강한 시상, 시각적 율동감과 웃음의 표정을 짓는 의인화된 샘물의 흐름이 산야와 맑은 하늘에 투명하고 밝은 음향으로 확산되어 울리는 시의 전개 과정이 감동을 준다고 하겠다.
요컨대 이 시는 정서와 공간 모두가 확대되어 가는 ‘열림’의 시다. ‘닫힘’이나 ‘도피함’과는 달리 밝음을 향하여 열려 가는 이 시의 시상은 우리 현대시의 설레는 소망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삶의 질곡 속에서 이같이 밝은 시상을 가다듬은 것은 허세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어둠에 좌절하여 비탄과 절규를 토로하기보다 오히려 밝은 미래사를 향해 나아감으로써 새 삶을 열려는 소망감을 보여 준다. 밝고 광활한 공간을 향하여 나아가는 샘물의 행로는 우리 현대시의 새로운 노정이요, 우리 역사가 추구해야 할 미래의 지향적 실상인 것이다.
그리고, 이 시의 운율적 특징을 살펴 보면 ‘샘물이 / 혼자서 / 춤추며 / 간다. // 산골짜기 / 돌 틈으로.’의 배열로 각 연의 1․2행은 모두 4음보로, 3행은 2음보로 구성되어 있으며, ‘간다’를 제외한 모두가 3(4)음절을 1음보로 하는 우리 시가의 전통적 율격 단위를 보여 주고 있다.
또한 1․2연을 부사어로 끝내어 동적인 방향성과 미완성 상태를 나타내고 있으며, 3연은 서술형 종결 어미로써 시상을 마감하고 있다.
또한, 계몽성과 교술성의 완전한 청산, 3(4)․4조의 정형률 탈피, 균형미 있는 자유시형 확립, 영탄적 어조를 배제한 절제된 감정, 세련된 구어체, 특히 ‘험(險)한’을 제외한 순우리말 사용 등은 동시대의 시 가운데서 이 작품을 가장 뛰어난 것의 하나로 평가하게 한다.
빗소리 - 주요한 <작품 정리> (0) | 2021.08.09 |
---|---|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 윤흥길 <작품 정리> (0) | 2021.08.08 |
징소리 - 문순태 <작품 정리> (0) | 2021.08.06 |
불놀이 - 주요한 <작품 정리> (0) | 2021.08.05 |
주요한 <작가 소개와 작품 세계> (0) | 2021.08.04 |